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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원동력, 경쟁 - 옥질표 박사 칼럼 (4)
등록날짜 [ 2013년11월18일 14시37분 ]

연료절감장치(ESD, Energy Saving Device)에 대한 관심의 원천은 새로운 환경이나 기술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 즉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많이 남기겠다는 욕구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선박의 연료가격이 상업적으로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ESD에 대한 관심이 학회 세미나를 떠나 실제 선박의 건조에서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을 논하라면 아마도 오일쇼크 이후라 생각된다.

 

특히 국제 유가가 급격히 높이 오른 시점에서의 선박운항 비용의 많은 부분을 유류비가 차지하게 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이러한 시장의 압력에 해운사는 조선사를 비롯한 선박 설계자들에게 “기존의 선박보다 더 연료소비가 개선된” 선박의 개발을 주문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선박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선형의 개발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도 어려운 것이어서, 이러한 급격하게 변화된 시장의 요구에 단시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은 “단기적인” 해법을 찾게 되는데, 이것이 선체, 특히 선미에 부가물을 부착하는 방법이다. 이는 임시처방이어서 궁극적인 해답이 아니기는 하지만, 시장의 거대한 압력을 받는 선박설계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중의 일부이다. 그래서 시장에는 일시적으로 연료절감장치라는 이름의 제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 장치들은 조선사가 개발하는 경우도 있고, 기자재 업체가 개발하는 경우도 있어서, 어느 누구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선체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물건은 아닌 것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상 살다보면 어느 조직에서나 “그놈이 잘하기는 하지만, 너무 혼자 상을 독차지하려는” 그런 인간이 있기 마련이듯이 연료절감장치라는 것도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루어 온 선박의 성능개선 노력을 갑자기 튀어나 혼자 조명 받으려는 그런 놈이어서 충직하게 일을 해온 많은 김부장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꼰대에 가까울지 모르는 김부장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시장은 ESD를 요구하고 이런 요구는 결국에는 관철되는 것이어서 김부장은 늦은 퇴근 후에 “내가 말이야 왕년에는...”으로 시작하는 소주잔을 기울이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꼰대 김부장도 결코 그대로 죽는 것은 아니어서, 박대리를 닥달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대응하는 새로운 선형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데, 이런 경우에는 처지가 다시 바뀌게 된다.

 

실제로 선형이라는 것이 선체의 주요 치수에서까지 영향을 받고, 심지어는 선체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어서 그 개선방향이 너무 다양해서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방향을 찾아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그 방향이 어느 정도 고정된다 하더라도 각 선체 내부에 탑재되는 장비와 선체구조를 어느 정도 고려해가면서, 무엇보다 선가까지 염두에 두면서 개발되는 것이어서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게다가, 선형의 대부분의 면들이 자유곡면이어서 체계적으로 연구해 가는 것이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압력이 거세지면, 그 자유롭고 아름답던 계획들 대부분을 포기하고 그 일부분만을 취해 새로운 선형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항상 개선된 선형이 나오기 마련이다.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얼마나 빨리 개발되었는지가 중요하겠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전보다 개선된” 선형은 개발되기 마련이다.

 

ESD라는 것이 마법처럼 에너지를 절감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선형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장치들이기 때문에, 기존 선형이 매우 효율적이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점이다. 원래 튼튼한 아이에게는 비타민을 먹이나 마나 아니겠는가? 김부장의 반격이 효과적이면 어느 사이에 그 ESD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새로운 선형이 대세로 자리잡게 된다.

 

실제로도 2차 오일쇼크 직후인 80년대초에 수많은 부가물형태의 ESD들이 시장에 등장하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Schneekluth Duct이다. 이 장치를 한국의 조선사들에서도 많이 장착하였지만, 90년대 후반에 이 장치를 사용한 한국 조선사는 아예 없거나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 이런 선형과 ESD의 경쟁하는 생태계를 잘 말해 주는 좋은 예이다.

 

세월이 흘러 2010년 즈음에, 불행하게도 박대리가 머리카락이 좀 빠진 후에 부장으로 진급하자 새로운 바람이 불어 다시 ESD의 재반격이 시작되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세련된 형태로 공격이 진행되어 여러 방면에서 시장의 압력이 시작되었고, Eco-Ship 또는 Green-Ship이라는 것이 마치 이런 ESD를 장착한 배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노력도 있어 왔다. 특히, 몇몇의 ESD를 공급하는 기자재 업체들은 자신들의 장치를 장착한 배가 진정한 Eco-Ship이라는 믿음이 확산되어서 유행으로 번지는 것을 시도해 왔고, 그러한 시도가 일부 성공해서 일부 무지한 선주사들은 이를 맹신하기도 한다.

 

최근에 들어서 몇 년간 히트를 치던 ESD들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도 그 ESD들의 성능이 발휘되기 어려울 정도로 선형의 개선이 이루어 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의 주요 조선소에서는 최근의 ‘ESD쇼크’를 이미 극복했거나 극복해 가고 있는 단계이다. 만일 아직도 ESD의 필요성이 큰 선형이 있다면 이는 그 선형의 개선 정도가 아직 후진적이라는 증거이다. 만일 특정 ESD에 의한 개선효과를 자랑하는 선형 전문가가 있다면 이는 그 사람의 실력을 스스로 실토하는 증거이다.

 

이미 이야기한 바와 같이 ESD는 물리적 마찰과 인간의 무지에서 비롯된 비효율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이 장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은 그 배가 (추진효율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이다.

 

아직까지는 물리적인 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의 연료절감방법들은 그리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고, 부가물에 의한 연료절감 방법은 이미 그 한계에 도달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0년도에 5% 정도의 연료절감은 쉬운 목표였지만, 한국에서 지금 그런 한적한 선형을 제시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세상은 그런 한가함을 허용하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지 않은가?

 

어느 ESD가 항시적으로 선체의 추진효율을 높인다면, 그 장치는 선박의 일부가 된다. 예를 들어 구상선수라는 것이 처음에는 논란 많은 일종의 부가물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이를 ESD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부가물형 ESD들이 선체의 일부가 되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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