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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 Eco-Ship의 기본기술들 - 옥질표 박사 칼럼 (3)
등록날짜 [ 2013년11월01일 13시44분 ]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이 시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쓴 ‘바닷가에서’라는 시의 양주동 번역본의 일부분이다.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노는 모습을 그린 아름다운 시인데, 교과서에서도 소개되었던지라 기억이 새롭다. 실제로 필자는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노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성수기가 지나간 가을 해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복잡하지 않게  아이들과 놀 수 있다. 아이들과  놀다 보면 저녁의 석양이 지는데, 천천히 붉어지던 노을이 해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어두워져 버린다. 이제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고,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조선산업에 일을 하며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왔지만, 어느날 갑자기 투입된 해양 프로젝트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견직장인의 예를 들지 않아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주위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차이는, 그냥 석양이 천천히 올 줄 알았지만, 해가 진 순간부터는 너무나 급격히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는 평화가 있지만, 새로운 해양 프로젝트에 적응하지 못해서 집으로 간 직장인에게는 울분이 있을 뿐이다.

 

이러하듯이 변화는 서서히 다가 오지만, 그 효과는 계단식이어서 그 계단이 높으면 이를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게 기업이든 개인이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슬픈 일을 당하는 순간에 와서야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배우게 된다.

 

Eco-Ship의 경우에도 그간 작지만 연속적인 변화들이 있어왔다. 선박을 구성하는 각 시스템들은 계속 성능이 향상되어 왔고, 선체의 중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나 추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형/프로펠러의 설계도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봄 /가을에 열리는 정기 학술대회나 이래저래 열리는 각종의 국제 학회에는 지금도 이런 작은 개선들이 소개되고 있다. 비록 넥타이가 어울리지 않는 어린 대학원생의 발표라 하더라도 경청할 가치가 있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지난 글에서 논의한 바는, 선박의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하여 사용된 기법은, 간단하게 속도 줄이기 방법이었는데, 이는 추가적인 투자없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지만 적극적인 개선책은 아니다. 지금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개선책, 소위 말하는 Eco-Ship 기술들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인간사나 물리현상이나 비슷한 게 빨리 서두르면 비효율적이듯이, 프로펠러에 의한 물의 가속도가 클 수록 그 추진효율은 감소하는 바를 설명하였다. 따라서 효율이 좋은 프로펠러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가속도를 감소시켜야 할 것이고, 이는 보통의 프로펠러 상황에서는 회전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줄어든 가속도의 프로펠러로 동일한 추진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가속도가 작용하는 면적, 즉 프로펠러의 면적을 늘려야 하고, 이는 프로펠러 직경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증가된 직경의 프로펠러를 적용하는 것과 프로펠러의 회전수를 감소시키는 부분은 Eco-Ship의 가장 두드러진 기술적 특징이다.

 

예를 들어, 50K MR 탱커의 경우 이전에는 프로펠러의 직경이 6미터 정도였지만, 지금은 7미터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는 프로펠러 면적으로 따지면 36%가 넘는 증가이다. 조선공학에서 4-5년 사이에 거의 40%가 변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지난 몇 년 간의 신조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였고, 특히 MR은 그러한 경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선종이어서 변화의 압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대직경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설계자들은 아직 대직경 프로펠러의 이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큰 프로펠러 때문에 증가된 원가나 무게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도 물론 적지 않으며, 프로펠러와 선체 간극의 감소로 인한 선체 손상을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어떠하건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더 큰 프로펠러를 더 천천히 회전시키는” 방법은 추진효율 향상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주기관 제작사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Eco-Ship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주기관의 효율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은 언제나 있어온 것이지만, 프로펠러 등의 선체 추진시스템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은 항상 있어왔던 점진적 개선 움직임과 더불어 단기간에 큰 효율의 증가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회전수가 감소한 주기관들은 원래의 효율개선뿐 아니라 폐열회수 등의 기술 등을 동원하여 선체라는 시스템의 연료효율을 개선하여 연료소모량을 혁신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이러한 기술적 혁신에 의한 시장에서 “조선1위”인 한국의 업체들이 주도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프로펠러의 대형화를 강조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선형의 개선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이 늦어졌다. 사실 프로펠러가 추진장치로 선체추진과 추진효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박의 추진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형이다. 선박에 사용되는 연료의 대부분은 선체 추진에 사용되고, 선체 추진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선체에 작용하는 유체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선형의 개선은 연료를 절감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다.

 

문제는 선형에 대한 연구가 매우 오래 전부터 많은 실험을 통한 연구가 이미 이루어 진 상태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더 이상의 진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사이에 전산유체를 통한 해석기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고, 이를 통하여 실험에서는 알 수 없거나 알기 어려운 부분도 매우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실험에 비하여 훨씬 낮은 비용으로, (계산상이지만) 실험해 볼 수 있으니 이는 선형을 연구개발하는 입장에서 대단히 혁신적인 것이다. 그간 전산유체기법의 정밀도와 작업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어 왔기 때문에 실험유체기법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시각적으로  전달하게 되어 이 분야의 발전속도는 대단히 빨라져 왔다.

 

덕분에, 우리는 선체 주위의 흐름에 대하여 보다 많이 알게 되었고, 이런 지식의 증가는 보다 효과적인 선형의 개발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세종대왕이 말씀하시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두었다가 지금 우리에게 들려주어도 우리가 알아 듣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로 한국말도 크게 변했던 것이다. 어제 쓰던 말과 오늘 쓰는 말이 결코 다르지 않겠지만, 그 있어 보이지도 않는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 되어 버린다. 천천히 변하던 바닷가 햇님의 움직임도 해가 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느리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 시장의 작은 변화나 우리가 매일 이루어 나가는 작은 지식의 축적이 어느 순간에는 폭발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줄 것이다.

 

다음에는 Eco-Ship의 다른 이름으로까지 이해되고 있는 Energy Saving Device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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