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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것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 옥질표 박사 칼럼 (2)
등록날짜 [ 2013년10월16일 15시49분 ]

Eco-Ship의 기본, "빠른 것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서는 모든 문제는 항상 증권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된다. 얼마 전 뉴스에 의하면, 지난주에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전기차인 모델S의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고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이틀 동안 주가가 26달러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24억 달러 증발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전기자동차 관련 업종의 회사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 엘런 머스크(Elon Musk)는 이 전기자동차에 상당한 미래를 기대하고 있고, 이러한 사실을 세계의 자본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형세다. 한국 정부와 현대자동차의 관심여부에 상관없이 이제 전기자동차는 대세이고, 미래의 일자리 창출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러한 미래 기술, 미래 사회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에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라는 부분인데, 소위 말하는 “세월을 견뎌 내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말 아니겠는가?

 

다른 한편으로, 역사적으로 배를 추진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시도되어 왔고, 앞으로도 시도될 것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장치들 중에서 “세월을 잘 견뎌 낸” 추진장치는 프로펠러다. 한편으로, Eco-Ship이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배라면, 이는 추진효율이 좋다는 의미이고, 현실적으로는 프로펠러를 잘 이용하는 배가 Eco-Ship이 될 것이다. 선박의 추진에 대한 Eco-Ship 기술들을 알아보자.

 

선박의 연료소모량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이고, 투자비가 들지 않으며, 물리적으로도 확실한 방법은 선속을 줄이는 것이다. 배의 추진에 필요한 마력은 속도의 3승에 비례하므로 (실제로는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저항계수도 증가하므로 소요마력 증가는 속도의 3승보다 큰 지수로 증가할 수 있음), 작은 속도 감소에도 큰 연료절감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15노트의 속도를 14노트로 줄일 경우 단지 (이 속도 감소만으로) 연료소모량을 20%까지 줄일 수 있어서, 어떠한 추가적인 투자도 할 필요 없이 속도만 조금 감소시켜서 큰 연료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독일선급의 전 회장이던 Dr. Klein은 컨테이너선의 선속을 15노트로 제안하기도 하였는데, 당시의 대부분의 컨테이너선의 설계속도는 25노트 정도였다. 이를 단순히 계산해도 15노트로 달릴 경우 기존 25노트의 속력에 비하여 78% 이상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연료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컨테이너선의 선속으로 15노트를 실행하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속도를 줄이는 것은 시장에서의 현실이고, 근래에 발주되는 대형 컨테이너선들의 선속은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2006년에 건조된 15,500TEU 선형의 EMMA Maersk의 선속은 25노트 정도였지만, 2013년에 건조된 Triple-E 18,000TEU 선형의 선속은 22-23노트 정도였음을 보면 이러한 경향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선속의 감소에 따른 추진효율의 증가는 간단히 운동량 이론(momentum theory)을 살펴보면 확연해 진다. 프로펠러의 회전을 고려하지 않고, 직진성분만을 고려하면 프로펠러의 이상적인 효율은 대략 위의 수식으로 표현된다. 이가 말하는 것은 프로펠러 하중(여기서는 Cth로 표현)이 클수록 효율은 감소한다는 것인데, 이는 프로펠러가 물을 밀어내는 물의 가속도가 클수록(프로펠러 앞과 뒤의 물의 속도차가 클수록) 추진기의 효율은 감소한다는 매우 당연한 사실을 기술한 것이다. 무슨 일이든 급하게 진행하면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세상만사의 이치 아니겠는가? 청춘남녀 사이의 진도든, 충전하는 속도든 일을 급하게 하면 항상 헛된 고생이 더 많은 법이다.

 

한편, 여기에는 고속에서 발생하는 조파현상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조파현상을 고려한다면 속도 증가에 따라 연료소모량이 더욱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배가 만든 파도의 용도를 찾을 수 없다면 쓸데없이 빠르게 달려서 풍파를 만들 필요는 없다.

 

물론, 선속의 감소에 의한 물동량 감소분은 선대의 운항 선박수를 늘려야 하는 것으로 상쇄되어야 하겠지만, 배의 척수가 늘어나더라도 이에 의한 연료 소모량은 그 척수에 선형비례하기 때문에, 세제곱에 비례하는 연료소모량의 감소로 인한 효과는 여전히 매력적일 것이고, 그래서 선속의 감소는 대세로 잡아가고 있다.

 

Eco-Ship 경제의 시작이 반드시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자는 등의 선한 요소들로만 이루어 진 것은 아닐 것이다. 현대를 속도의 시대라 하지만, 속도가 빠른 것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을 두려워하는 것도 중국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연하게도 중국의 조선산업이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자로 무섭게 다가서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조선업계가 “지속가능하게” 가야 하는 방향은 속도가 아니라 효율성일지도 모른다. 가장 뛰어난 기술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기술이 가장 뛰어난 기술인 것이다.

 

전기자동차가 인류에게 희망인 이유는,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운송수단이 에너지를 높은 효율로 사용해서 지구환경과 기타 모든 것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에게 기회인 점은 자동차의 주요 구성요소가 달라짐으로써 연료엔진 위주의 자동차 기술에 한참 뒤진 우리도 비슷한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Eco-Ship 경제는 중국에 넘어 가는 조선산업의 헤게모니를 조금 더 한국이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다음에는 이 속도의 감소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기술적 현상들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특히 단순히 몇%로 표시되는 에너지 저감장치의 원리와 그 허구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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